
하늘아래 동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오늘 성남으로 발길하나요?
돈키: 모란시장, 판교 테크노밸리, 그리고 하늘아래 분당까지 한 바퀴 쫙~ 둘러보려네.
호새: 모란시장에 아직도 보신탕이 있나요?
돈키: 국제행사 앞두고 난리도 아니었지. “애완견을 어떻게 식용으로 쓰냐”는 여론이 들끓었거든. 하지만 옛날엔 귀한 보양식이었어. 이제는 강아지가 방에 들어와 미용실 가고 장례식장까지 있으니, 한여름 ‘댑싸리 밑의 개팔자’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지.
호새: 요즘은 강아지만 팔자 좋은 게 아니라, 사람도 금수저 흙수저 아빠찬스 이런저런 말이 많잖아요.
돈키: 별별 인생사가 다 모이는 게 재래시장이니, 그 얘기도 시장통에서 팔릴 만하지.
호새: 그럼 다음은 테크노밸리로 가볼까요?
돈키: 판교테테크노밸라 불러야지. IT, BT, NT, CT 같은 첨단 기술이 뒤섞여 국제 경쟁력 뽐내는 곳이야. 20~30대가 65%라니 젊은 피로 들끓는 도시지. 외투기업, 벤처, 연구소까지 다 모여서 판교 신도시 경쟁력을 키우고 있네.
호새: 근데 직접 와서 보니 어때요?
돈키: 4차 산업시대 아닌가. 포도밭에라도 서 있어야 포도 향을 맡는 법이지.
호새: ‘백문이 불여일견, 백견이 불여일행’이라는데, 직접 뛰어들지 그러셨어요?
돈키: 인생길은 제각각이지. 남 따라가다가 내 길마저 잃는 법이야. 가지 않은 길을 후회할 필요 있겠어.
호새: 그래도 신박한 아이템 하나 잡으면 인생 확 피우잖아요?
돈키: 뭘, 진시황도 불로초 못 구했어. 지금은 기계가 생각하는 시대야. 옛날엔 “새처럼 날 수 있을까?” 하던 상상이 드론으로도 가능하잖아. 고대인 수명이 30~40세였다는데, 지금은 100세 시대야. 판교의 기술 성과가 곧 우리 일상에 다가올 게야.
호새: 이제 분당으로 가보죠. 천당아래 분당이라잖아요.
돈키: 맞아. 분당은 수도권 과밀 해소하려고 만든 1기 신도시야. 초반엔 베드타운 소리도 듣더니, 동네 자생력이 불더니 지금은 살림살이가 꽤 단단해졌지.
호새: 근데 왜 자치시대에들 그렇게 소란이죠?
돈키: 세상은 지지고 볶아야 맛이 나지. 탁한 물도 흙, 모래, 풀과 어울려야 정화되듯 사람 사는 세상도 부대끼며 굴러가야 제자리 찾게되는 거지.
호새: 사실 ‘분당’ 한다길래 정당이 갈라진 줄 알았어요.
돈키: 나도 붕당인 줄 알았다네. 그런데 하늘아래 분당이라니, 청자 빛깔처럼 곱구만. 사람도 그릇이라, 올바른 생각을 담아야지.
호새: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늘은 “하늘아래 분당이로세”네요.
돈키: 그 말도 좋구만.
호새: 발길마저 ‘루루랄라~’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