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산성 송가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중학교 동창들과 함께 독산성에 올랐습니다.
반세기 전, 까까머리 중학생이던 우리가 아침마다 조회 때 불렀던 옛 교가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역사깊은 세마대를 앞에다 두고
우리는 한결같이 배우고 배워
성실과 믿음은 우리의 사명
우리를 길러주는 안용의 학원”
어린시절, 미국의 존슨 대통령이 다녀가 ‘존슨동산’이라 불리던 구릉에 이웃한 바로 우리의 배움터, 안용중학교였습니다. 그 교정을 떠난 지 어느덧 반세기. 그 세월을 건너 고향 친구들과 다시 만난 날입니다.
앞산인 독산자락을 따라, 우리 추억이 새겨진 세마대와 양산봉을 향해 한 걸음, 또 한 걸음 올랐습니다. 산 정상에 올라 바라본 사방의 풍경은, 마치 우리의 지난 시간을 위로하듯 다정합니다. 마음속에 쟁여 놓은 시어, 자연스레 흘러나온 <독산성 송가>입니다.
한걸음 두걸음 머언 발길들
불어라 들바람 고개 너머로
금암리 선인들 머문 쉼터에
천년의 고인돌 고요 하구나
진달래 개나리 고운 몸단장
독산성 둘레길 노을이 지면
솔숲에 울리는 말울음 소리
그 이름 부르니 세마대로세
화산뜰 감아도는 황구지천아
오신 곳 어느 뫼 어데로 가나
서해로 떠나는 이백리 물길
애끊는 사부곡에 눈물흐르네
달뜨는 밤이면 고향 가려나
눈감아 달려도 마음이 앞서
꿈엔들 잊으리오 내 고향 땅
죽미령 눈물꽃 젊은 넋이여
사방에 트여간 너른 큰길에
뜻세워 글읽는 배움터 불빛
어제를 돋우어 내일을 여니
온세상 밝혀 갈 등불이로세
인근에 자리한 고인돌, 세마대, 융.건능, 죽미령, 한신대,...등에 어울린 굿거리 장단가락입니다.
양산리, 안녕리, 송산리, 황계리, 황구지천 너머에 병점리, 능리, 진안리, 기산리까지—
그 마을들에서 태어난 까까머리 소년들이 흰머리의 할아버지가 되어 모였습니다. 그 시절 수줍은 소녀는 이제 할머니가 되어, 모처럼 불린 “00아, xx야” 하는 이름에 웃음꽃을 피웁니다. 그 순간, 우리는 다시 아이가 되었습니다.
할미꽃, 망초꽃으로 피어난 오늘,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참으로 고마운 꽃이 된 기쁜 날입니다. 안녕뜰을 고요하게 흐르는 황구진천의 물길처럼 우리의 만남도 그리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