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띄우는 편지281(10월 3일)

  • 등록 2024.10.03 23: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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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구지천기행8

황구지천기행8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여보 여보 태극기 안달어?”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과 개천절 아침, 휴일인지라 몸마디가 늘어져 잠자리에 뒤척이다 아내에게 한마디 들은 바다.

 

“어어 달아야지. 어이구 늦었네” 팬트리에 보관한 태극기를 베란다 창가에 게양하니 마침 불어온 힘찬 바람결 따라 펄럭인다. 엉성한 몸동작이 휘날리는 태극기로 인해 바로서고 이내 눈길도 꿋꿋해진다.

 

젊은 날 제복을 입은 너와 나의 모습이 언뜻언뜻하다. 보무 당당한 거리 퍼레이드에 내 맘도 반듯해지고 ‘현무’, k9 자주포, 탱크, 전투기 등 국산 방산무기 위용엔 절로 어깨가 으쓱이다. 숭례문에서 광화문 세종로에 늘어선 시민의 맘도 그럴테다. 얼마나 그렸던가! 펄럭이는 태극깃발의 자랑스런 국군이여!

 

하루 휴일이 아쉬워 한칸 건너 휴일이니 기분이 그만이다. 못다쓴 원고정리와 갈풍경을 눈에 담으려 타지 나들이를 작정했건만 몸이 먼저 휴일을 알고 쫘악 자리를 편다. 에헤라 모르겠다. 오후나절 모임 후에 천변풍경이나 감상할거나.

 

일찌기 한민족의 명절로 단군 왕검이 고조선을 세운 날이 개천절이다. 내 아버지의 아버지 ….아득한 선조일테니 내 태어날 때 어미 자궁 열며 고고성이 우주에 파동이 일었듯 하늘이 열렸음을 어찌 표현하랴! “오래도 멀리도 줄기는 하나”로 같은 뿌리, 같은 샘의 연원을 노래하는 개천절이겠다.

 

멀리도 가까이도 아닌 황구지천 둑방에서 들판을 바라보니 여름내내 환한 햇살에 몸을 달군 벼포기들이 고개를 숙인 채, 자손을 이은 보람에 하늘에게 감사 기도를 드리며 서있다. 듬성듬성 알곡을 털어낸 채 누워있는 논배미를 보니 허허롭건만, 가시박 덩쿨로 휩싸인 풀숲에 참새들은 뭐가 신나는지 후르르 후르르 떼지어 날며 천변 가을을 노래한다. 참으로 달달한 녀석들이다.

 

하늘이 열렸더라. 보무당당한 젊음이더라. 퍼뜩 한생각이 스친다. 마른 바람결에 가을 들판을 걸어가는 허수아비의 산책도 제멋이려나.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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