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4359년 개천절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오늘은 5대 국경일 가운데 하나인 개천절이다.
‘하늘이 열린 날’이라는 뜻을 품은 개천절은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세워 우리 역사에 첫 국가의 문을 열었다는 전승을 기리는 날이다.
서기 2026년에 2333년을 더한 단기 4359년.
반만년 역사로 이어지는 우리 겨레의 깊은 샘인 게다.
오늘에 이른 긴 역사의 뿌리인 게다.
《삼국유사》를 비롯한 여러 옛 기록에 전해지는 단군과 고조선의 이야기는 우리 민족이 오랜 세월 이어온 역사 인식의 한 줄기다.
한글날은 나라말을 기리고, 삼일절은 나라를 잃었던 아픔과 독립의 뜻을 되새기며, 광복절은 되찾은 나라의 기쁨을, 제헌절은 헌법과 법치의 의미를 새긴다.
그 바탕의 먼 연원을 생각하면 개천절은 우리 역사의 출발을 돌아보는 날이라 하겠다.
베란다에 태극기를 내걸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한참 바라본다.
건·곤·감·리의 네 괘가 홍색과 청색의 태극을 감싸고 있다.
태극은 높고 낮음, 오르고 내림이 서로 어우러져 끊임없이 순환한다.
뜻을 하나하나 알지 못하더라도, 어린 시절부터 오늘까지 수없이 바라본 태극기는 어느새 내 삶의 풍경이 되었다.
문득 민들레 홀씨가 떠오른다.
아득한 옛날, 바람결에 실려 날아온 작은 씨앗 하나가 어느 땅엔가 내려앉고, 다시 꽃을 피우고, 또 홀씨를 날려 보내며 군집을 이루듯,
우리도 그렇게 긴 세월을 건너 오늘의 나라를 이루어 온 것은 아닐까?
팽팽팽 돌아가는 시대의 변화.
첨단으로 솟구치는 과학문명.
그 빠른 변화 속에서도 반만년의 깊은 뿌리는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시간의 바탕이다.
뿌리를 돌아보고 오늘을 새기며 내일을 바라보는 아침.
단기 4359년 개천절.
들창 너머로 열린 높푸른 하늘이 눈부시다.
오늘, 하늘이 다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