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풍지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문풍지는 문이나 창문의 틈새를 막아
찬바람과 소음, 먼지와 벌레를 막아주는 생활용품이다.
참으로 정감 어린 이름이다.
현대의 아파트 생활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지만,
어린 시절에는 겨울을 맞는 집안일 가운데 하나였다.
여름이면 헐렁한 문틈으로 바람이 드나들어
시원하게 통풍되던 문이었다.
겨울이 오면 달랐다.
찬바람이 문틈을 파고들고
문풍지가 바람에 떨며 운다.
팽팽팽—
한밤의 적막을 흔들어 깨우는 소리다.
바람의 세기가 가늠될 만큼 소리가 커지면
절로 이불을 머리맡까지 끌어당겼다.
새삼 문풍지를 떠올리는 것은
그 소리에도 나름의 운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풍지의 울음은
여인의 한 맺힌 설움 같기도 하고,
사나이가 삼킨 울분을 토해내는
깊은 떨림 같기도 했다.
요즘에는 옛스러운 풍경을 꾸민 음식점이나
박물관 전시에서나 간혹 만난다.
그럴 때면 반갑다.
수숫대며 벼며 콩이며 고구마며
해바라기와 고추가 창밖 가을빛과 어우러진다.
냇둑에 스멀스멀 피어나던
옛 고향집의 풍경이
유리창 너머에 펼쳐지는 듯하다.
팽팽팽—
고속으로 돌아가는 세상살이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는 한마당의 쉼이다.
떠오른 추억은 정서적 위무가 되고,
세찬 바람이 한숨 쉬어가듯
마음도 잠시 떨림을 멈춘다.
오늘처럼 쓸쓸한 기운이 감도는 날,
방에 들어 들창을 내다보다
문득 문풍지가 생각났다.
배고팠던 시절,
지나는 길손의 인기척 하나에도
방 안의 주인은 귀를 기울였다.
문풍지는 그 기척마저 알아챈 듯
바람 따라 울어댔다.
그 시절이 어느덧 반세기 전이다.
세상사, 오죽하면 불렀으랴!
바람아,
이제는 잠시 멈추어다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