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고객 한 분 한 분을 신성하고 존귀하게 대하며
그들의 말과 행동에 귀 기울이겠다는 의미를 담은 커피점이다.
화성영화제 발전을 위해 귀한 분을 만나기로 한 약속이 있어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카페 안에는 손님들이 듬성듬성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바쁘면서도 한가롭다.
분주하면서도 여유롭다.
실없는 농담 하나 건네기 어려운
세련되고 정제된 공간에서의 만남이다.
이야기는 어느덧 종반으로 접어든다.
영화배우로서, 제작자로서, 감독으로서
영화 <타이타닉>의 인상적인 장면을 각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높은 배 위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장면,
뱃전에 서서 두 팔을 벌린 장면,
배가 침몰하는 순간까지 자리를 지키며 연주하던 사람들.
같은 영화를 보았건만
기억하는 장면은 각자의 자리만큼이나 다르다.
그 장면에 스며 있던 감정도
그때의 기억과 함께 다시 솟아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로즈가 목걸이를 바다에 던진다.
탐사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보석이다.
그러나 정작 보석의 진짜 가치는
목걸이에 박힌 보석이 아니라
그것을 품고 살아온 한 사람의 세월에 있었던 게다.
밀폐된 금고 속에 잠들어 있던 세상의 보석.
그러나 얼굴에 켜켜이 내려앉은 세월과
가슴속 깊이 간직한 사랑과 기억은
그 어떤 보석보다 빛난다.
사람도 그러하지 않을까.
세상과 부딪히고,
상처받고, 견디며,
또다시 일어서 살아온 세월이
사람마다 하나의 보석을 만들어 놓는다.
그것은 남에게 쉽게 보여줄 수 있는 보석이 아니다.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한
자신만의 보석이다.
어쩌면 그것이
삶이 다듬어 만든 마음의 결,
심결(心結)인지도 모른다.
오늘 카페에서 마주 앉은 사람들도 그렇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각자의 세월을 지나며 하나씩 품게 된 보석이 있다.
영화 이야기를 나누다
사람 이야기에 이르고,
보석 이야기를 나누다
삶의 이야기에 닿았다.
환한 불빛 카페,
이곳에 와서 만난
그 사람들.
저마다의 세월을 품고
오늘 이 자리에서 마주한 사람들.
그래서 더욱
의미로운 만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