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생폼사-천변기행60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오늘도 둑방길을 달린다.
달리는 청춘들이 늘었다.
저마다 제멋대로 앞으로 내달린다.
스적스적, 어그적, 휙휙, 탁탁.
제 몸짓과 어울린 자세요, 발걸음 소리겠다.
필자의 달리는 모습을 아내에게 찍어 달라 했다.
화면 속 나는 뒤뚱거리는 오리 모양새였다. 한참을 웃었다.
냇물 위를 유유히 흐르는 청둥오리에게 한 수 배워야겠다.
‘폼생폼사(Form生Form死)’는 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는 뜻으로, 겉모습이나 체면, 멋을 중시하던 한때의 유행어다.
하지만 폼이 어찌 겉모습뿐이랴.
학창 시절 체력장 등급이 성적에 반영되던 때가 있었다.
웃몸 일으키기나 턱걸이를 한 번이라도 더 하려고 온몸을 비틀며 안간힘을 썼다.
그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
“운동은 폼이야.”
땀 흐르는 등줄기에 냉수를 맞은 듯했다.
횟수를 늘리는 것보다 먼저 갖춰야 할 것이 자세였던 것이다.
바가지를 엎어놓은 듯한 배에 구부정한 등허리.
그 몸으로 달포 가까이 둑방길을 걷고 달리니, 허우적거리던 몸짓에도 제법 헛둘, 헛둘 리듬이 붙는다.
한세상 저 멀리 두고 잊었던 ‘폼’에 다시 귀 기울여야겠다.
폼생폼사, 어디 외형뿐이랴.
몸에도 폼이 있고,
삶에도 폼이 있고,
입말과 글말에도 폼이 있을 터.
폼이 갖춰져야 움직임에 멋이 붙고,
말과 글에도 생기가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