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띄우는 편지 419

  • 등록 2026.02.25 22:27:57
크게보기

달하 노피곰 도다샤

 


달하 노피곰 도다샤
시인 · 영화감독 우호태

오전 여섯 시 기상. 편도 오백여리, 세 시간 남짓 걸리는 길을 달려 ‘정신문화의 수도’라 불리는 안동으로 향했다. 간밤에 내린 눈발 탓에 길은 조심스러웠지만, 마음만은 한결 가벼웠다.

재정자립도가 도시의 살림살이를 말해 준다면, 정신문화는 그 고장의 품격을 드러낸다. 반만년의 시간과 고대 사국시대의 화려한 역사로 한반도 곳곳이 문화의 결을 지니고 있지만, 고려와 조선을 관통하며 이어온 안동의 정신문화는 특별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더구나 평생 선비의 몸가짐을 잃지 않던 군대 동기생이 문화원장으로 취임하는 날이기에 설렘은 더욱 컸다.

전임 원장의 발자취를 잇고, 미래 세대와 호흡하는 문화운동을 다짐하는 작은 거인의 모습에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축하객들의 박수가 잊혀진 선비정신이 깨운 듯 장내를 가득 채웠다.
청춘 시절 푸른 제복 속에 담았던 굳건한 국가관, 중·장년의 단정한 한복 차림으로 이어온 삶의 절제. 전쟁사 속 영웅이나 통치자가 아닌,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걸맞은 또 다른 작은 거인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동기 모임 때마다 지역 사랑을 담아 건네던 안동소주와 간고등어 꾸러미, 절제된 몸가짐 속에 배어 있던 따뜻한 기품이 떠올라 장내의 예찬과 박수에 절로 공명이 일었다.

글제는 길 떠난 지아비를 걱정하던 백제가요 「정읍사」의 한 구절에서 빌려왔다. 세상사는 여전히 소란스럽지만, 그 처방은 깊은 사유가 흐르는 정신문화에 있음을 새삼 느낀다.
놋다리밟기, 하회마을,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안동의 유무형 문화유산이 ‘정신문화 로드’를 따라 지구촌으로 뻗어나가기를 소망한다.

단상 위, 높게 놓인 마이크를 낮추는 작은 거인의 모습 위로 정월대보름을 앞둔 달빛이 내려앉은 듯했다. 검둥이도 따라 나설 달맞이 길, 풍요로운 달기운이 온 국민의 가슴마다 퀵서비스처럼 전해지기를 빌어 본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유교랜드와 월영교 인근의 안동시립박물관. 흐트러졌던 옷매무새를 여미듯 마음 또한 다시 단정해졌다.
오후의 길, 산등성이를 스치고 터널을 가르며 애마에 몸을 싣고 천여리 귀로에 오른다.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Copyright @2020 포에버뉴스 Corp. All rights reserved.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권선로 432, 2층 202호(평동)| 대표전화 : 010-2023-1676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경순 등록번호 : 경기, 아 52599 | 등록일 : 2020.07.09 | 발행인 : 김경순 | 편집인 : 홍순권 포에버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2020 포에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revernews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