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바다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보라빛 꿈을 꾸었다.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아기새 하나가
살포시
나를 깨웠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
이름조차 사라진 어둠 속에서
그 새는
먼 바다를 향해 날아간다.
동글동글
꽃망울처럼 웃던 꿈을
하늘로
쏘아 올리며.
바람에 넘어지고
눈비에 젖어도
나는
오늘을 살아왔다.
아무도 부르지 않는 밤,
나 홀로
나를 달래며
쉬지 않고 날아왔다.
그래서
눈물이 난다.
푸르렀던
나의 청춘에게,
말없이 견뎌온
나의 삶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작은 숨결 하나로
온 세상을 사랑할 수 있었던 날들.
오늘도 나는
먼 바다로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