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소나타84>– 군산

  • 등록 2025.11.07 08: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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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산도


고군산도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낚시맨: 비응항에서 2층 버스를 타세요. 방조제 좌우 전망이 탁 트여 정말 볼만합니다.
야미도,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를 돌아나오는데, 시간마다 운행하니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면 바다 내음이 온몸에 스며들 겁니다.
주말엔 낚시하러 오는 사람이 많지만, 예전만큼 경기가 좋지는 않아요. 이것저것 겪어보니 정주할 만한 중소기업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호새: 며칠 묵어가면 안 돼요?

돈키: 조개 캐며 살 거야? 카페나 음식점 차릴 거야? 그냥 휙 둘러보고 나올 거야. –휘릭–

실버맨: 여행 오셨어요? 저는 군산에 오래 살았는데, 1899년에 개항했으니 군산은 ‘군산항’이 곧 브랜드죠.
근세역사관에 가면 이곳의 역사를 대략 알 수 있어요.
나당연합군이 백제와 전투를 벌인 금강하구의 기벌포,
송나라 사신 서긍이 『선화봉사고려도경』에서 언급한 고군산도,
그리고 고려시대 최무선 장군이 왜적을 물리친 진포대첩 등….

그만큼 이곳은 예로부터 고려·조선시대를 거치며 해상교류와 세곡선의 중심지였어요.
한때는 한성부윤처럼 ‘부윤’이 다스릴 만큼 세가 컸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호남이 곡창지대라 대일 물동량이 이곳을 통해 오갔죠.
호남평야는 나주, 김제, 옥구, 강경까지 이어진 넓은 들판이에요.
바다 매립, 군공항 설치, 도시계획된 시가지, 일본 가옥 등 일제시대 유산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돈키: 오후에 역사박물관에 들러볼 겁니다.

실버맨: 월명산의 수시탑, 그 뒷편 군산대학으로 이어지는 호수,
박물관 옆에는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했던 군함이 전시된 해양테마공원도 있어요.
또 소설 *‘탁류’*의 채만식 문학관, 철길마을도 둘러볼 만합니다.
군산은 장항항까지 함께 어우러져야 큰 변화가 올 거예요.
저 맞은편 장항까지 도로가 뚫려 있으니 다녀오세요.
이성당 빵집도 유명하니 맛 한번 보시고요. –휘릭–

호새: 실버맨이 군산 역사에 아주 밝으신가 봐요. 제대로 들려주셨네요.

돈키: 공직에 계셨다더니 나름 지역의 정체성을 깊이 이해하신 것 같아요.
나이 들면 중심이 서고, 지역을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지.
나라 밖에 나가도 절로 애국자가 된다잖아.
태극기나 한국 기업 상호만 봐도 반갑잖아.
해외에서 한국 상호를 내건다는 건 큰일이야. 존경받을 만한 일이죠.

호새: 역사관에서 본 고기 잡는 방법이 인상적이던데요.

돈키: 뭐가?

호새: 죽방렴, 석방렴 말이에요.

돈키: 그거, 어린 시절 냇가에서도 고기 잡던 방법이야.
손으로 더듬거나, 흐르는 물살에 대발을 치거나, 돌무데기를 둘러 물고기를 가두는 재래식 방법이지.

호새: 또 뭐가 있다던가요? 안강망, 주목망, 정치망이라 하던데요.

돈키: 조수간만의 차나 조류 흐름을 이용하지.
외발 서기, 양발 벌리기, 앉아 잡기라고 설명하면 되려나?

호새: 외끌이, 쌍끌이, 트롤 어선은 또 뭐예요?

돈키: 바닷가에 오더니 아예 바다 공부할 참이네.

호새: 멸치에서 고래까지 밥상에 오르니 궁금한 거죠.

돈키: 스쳐가야지. 세상 일은 다 나름의 질서가 있고, 각 분야 전문가가 있거든.

호새: 연구자료나 인터넷을 보니, 연안어업도 그렇고 원양어업도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복잡하더라고요.
준수해야 할 법, 협약, 협정도 많고….

돈키: 영해와 공해 이야기야. 그래서 전문가가 필요한 거지.
해당 기관이 나서야 하고, 무엇보다 국력이 받쳐줘야 해.
영토가 좁은 코리아가 해양과학국으로 변신해야 할 이유야.

호새: 새만금 방조제 인근 섬 구경 왔다가 별생각이 다 드네요.
“네가 만약 외로울 때면 내가 위로해 줄게…” 윤복희 가수 공연도 있더라고요.
어청도, 말도, 횡경도, 십이동파도… 다들 모였던데요. 끝쪽에서 한번 볼까요?

돈키: 군산에서 부안에 이르는 새만금 방조제로 서남해 지형이 많이 바뀌었어.

호새: 백 년 후엔 어떨까요?

돈키: 글쎄… 조개와 철새가 한숨 쉬게 될지, 아닐지. 그건 해양 전문가가 답해줄 일이겠지.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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