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소나타54>–강릉 경포대

  • 등록 2025.10.02 05: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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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아 거울아!


거울아 거울아!
시인/영화배우 우호태

돈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옛날 동화 백설공주의 한 대목이야.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예전 해병대 출신 미남 가수 남진이 불렀던 노래 말도 떠올라. 요체는 겉모습보다도 결국 마음(心)이 아니겠니.

호새: 사람이 나이 들면 눈이 뜨인다는 게 바로 철이 든다는 거겠지요?

돈키: 저 경포호를 보아라.
오대산과 대관령에서 굴러내린 물방울이 모여든 천년 세월을 품은 호수란다. 얼굴뿐 아니라 마음까지 비추는 거울 같은 곳이야.
네가 처음 약속한 대로 끝까지 주인을 받들 건지, 딴짓할 건지 다 드러나지.

호새: 아이고, 이 세상에 나 같은 충직한 놈이 또 있을까요! 주인님이 홍당무 몇 개만 줘도 집사 노릇 똑소리 나게 하잖아요.
내 허리 좀 보이소. 백두대간처럼 꼿꼿하지 않습니까.
주인님에게 뒷발차기 한 적이 있나요?
그나저나 요즘은 코로나가 눈으로도 옮는다던데, 까만 안경 쓴 이들이 왜 이리 많은지…

돈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오죽헌(烏竹軒)부터 들르자꾸나.

호새: 영화박물관에도 가봐요. “경포대에서 갈매기와 댄싱” 멋지지 않습니까!

돈키: 오죽헌은 신사임당과 율곡 선생의 생가야.

호새: 대나무 정자인 줄 알았는데, 까마귀 대나무라니 신기하네요.

돈키: ‘청죽’은 알 테고, 세상에는 ‘적죽’도 있다는 얘기도 있지.
한 선비가 붉은 대나무를 그리니, 곁에 동료가 “세상에 적죽이 어디 있나?” 하거늘,
그 선비가 대답했지. “다 마음에 달린 거야.”
틀에 얽매이지 말라는 깊은 뜻이지. 그러나 초학자는 허튼 소리 말고 기본부터 지켜야 해.

호새: 오만원권 지폐, 그분이 신사임당이잖아요?

돈키: 맞다. 여필종부의 제약이 강했던 조선시대에,
여성으로서 예술적 자취를 남기고 현모로서 길이 전해온 인물이니, 쉽지 않은 인생길을 걸은 거지.

호새: 동해 바람과 솔내음 가득한 강릉의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하시죠.

돈키: 글쎄, 강원도는 한반도의 등뼈라 할만하지.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등의 산세와
명경지수의 동해는 호연지기를 돋우는데 그만이지.
오상고절의 기개를 지녔다한들, 배산임수 형세의 강릉 고장만이야 하겠느냐. 너는 뭐라 하겠느냐?

호새: 저야 간단하죠.
“강릉이래요! 커피 맛 최고, 초당순두부 짱! 바다 일출은 대박! 베리 굿! 도떼모 스바라시이~”

돈키: 허허, 국제 어휘 콘테스트 나가겠구나.
호새: 요즘 세상은 올인하면 쪽박 차요. 포트폴리오 해야죠.

돈키: 그러면 나도 시 한 수 남겨볼까?

<강릉에서>

대관령 구비구비 돌아 강릉이라네 
쨍! 아침햇살이 바다위로 뛰어올라 
맑은 물거울에 내 마음을 드리우니 
오죽헌 풀벌레 소리마저 고요하네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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