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띄우는 편지403(9월 27일)

  • 등록 2025.09.28 06: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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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그리다

 

함께 그리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동탄복합문화센터에서 여러 단체들이 저마다 특색 있는 공간을 꾸며 휴일 힐링 가족 맞이 행사를 열었다.

흰 천 위에 여러 색 크레파스로 마음을 그려보는 필자가 소속된 코너가 눈에 띈다. 몇번이나 제몫을 못한 탓에 봉사를 위해 하루를 내놓은 날, 서둘러 나섰으나 장소를 착각해 30분 지각을 하고서야 도착했다.

어린 시절, 흰 도화지에 하늘과 해, 구름과 나무, 꽃과 풀, 소와 토끼를 그리던 미술시간이 떠올랐다. 그때의 웃음소리가 울타리에 앉은 참새 재잘거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의 그림은 사뭇 다르다. 로봇, 배, 자동차, 인형, 강아지….

젊은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곁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참 다정하다. 오빠, 누나, 아빠, 엄마 얼굴도 종종 등장한다. 핵가족 사회이지만 가족사랑은 여전히 든든히 자리하고 있구나 싶다.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된다. 그 면에 빨강, 파랑, 까망, 노랑 색깔이 채워져 가니 자동차, 하늘, 머리, 가방으로 살아난다. 빨강 자동차에 동그라미 두 개를 붙이니 금세 달려가고, 파랑 하늘 틈새에 흰 구름이 걸린다. 까만 머리를 동그랗게 말아 올린 건 아마도 엄마의 파마일 테고, 노란 네모는 유치원 가방일 것이다. 사각형에 팔다리를 달아놓으니 어느새 로봇이 탄생한게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엔 로봇과 자동차, 컴퓨터가 가득하다. 그 옆엔 여전히 엄마 아빠의 품, 강아지의 재롱도 남아 있다. 함께 그리니 곧 세상이다.
꼬마 화가들의 선에 어찌 피카소가 견줄 수 있으랴. 빨강에는 불이 담기고, 까망에는 어둔 밤이 표현된다. 네모난 작은 공간을 이은 로봇 속에서 순진무구한 동심이 우주의 본연이며 생명의 신비로움을 새삼 느낀다.

가을바람이 속삭인다.
“돈키,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가 좋으냐?”

나도 아이처럼, 높푸른 하늘로 종이비행기를 날려보고 싶다. 저마다의 색깔로 다르지만,
세상은 함께 그려갈 때 더욱 빛난다.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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