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소나타19>–오산시 독산성

  • 등록 2025.08.21 06: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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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대(洗心臺)

 

세심대(洗心臺)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사방이 탁 트여 시원하네요. 한 바퀴 돌아볼까요?
돈키: 그래. 우리 세대에겐 초등학교 시절 소풍장소로 익숙한 곳이란다. 이 산성은 백제 시대에 쌓은 성인데, 정상엔 ‘세마대(洗馬臺)’라 불리는 정자가 있어.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이 말을 씻겼단 전설로 그렇게 불린 거지.

호새: 아, 예전에 문화탐방 모임 따라 왔던 기억이 나요.
돈키: 그렇지? 이곳에 서면 고대에서 현대까지 이어진 역사가 한눈에 들어와.

동쪽으론 삼성반도체 화성단지와 동탄 신도시가, 그 옆으로는 붓끝처럼 뾰족한 필봉산이 보이지. 남쪽으로는 금암리 지석묘군과 물향기수목원, 공자를 모신 궐리사도 자리 잡고 있단다.
서쪽은 서봉산 너머로 석양이 스며드는 물길이 서해로 흘러가니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아.
북쪽으로는 황구지천 건너 화산뜰이 펼쳐지고, 그 위로는 미국 존슨 대통령이 다녀간 흔적을 기념한 ‘존슨동산’이 있지. 조금 더 가면 정조의 사부곡이 서린 융건릉과 원찰 용주사가 자리하고 있어.

저 멀리 수원 광교산과 팔달산에서 발원한 수원천이 수원비행장 아래에서 황구지천과 합쳐져 넓은 들을 가로지르며 흐르는모습이란다. 송산·양산·안녕뜰의 풍경이 너르게 펼쳐지니 참 정답지 않니? 예부터 물이 풍부했던 수원은 한국 농업경제사의 맥을 읽을 수 있는 고장이기도 해.

호새: 그런데, 저 아래 삼미천의 ‘삼미(三美)’는 무슨 뜻이에요?
돈키: 뫼(山)에서 파생된 말이라는 설도 있고, 금송과 대나무에 더해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 있었다는 얘기도 전해. 하지만 이름보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산천과 우리의 삶을 어떻게 이어가느냐겠지. 동학산, 필봉산, 반석산, 청학봉, 무봉산, 양산봉, 화산, 서봉산… 산들이 어깨 걸고 이어져 있으니 신도시와 옛 고을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더욱 소중해.

호새: 주변에 대학들도 많은가 봐요?
돈키: 그렇단다. 경부선을 따라 기업과 대학이 함께 모여 있지. 양산봉 기슭의 한신대를 비롯해 오산대, 또 저기 보이는 수원대를 비롯해 협성대, 수원과학대, 장안대, 수원가톨릭대, 수원여자대가 있고, 서쪽엔 신경대, 용인 경계엔 경희대까지… 젊은 기운이 모여 세계로 뻗어갈 준비를 하는 곳이야.
호새: 우와, 동서남북으로 뻗어 나갈 활력이 가득하네요!

호새: 그런데 이 산, 참 아담하네요.
돈키: 그렇지만 역사 속에선 결코 작지 않단다. 6·25 전쟁 당시 유엔군이 처음 참전해 피를 흘린 죽미령 전투현장이 바로 이 앞이야. 자유를 지키려 먼 이국 땅에서 산화한 영령들을 기리는 유엔초전기념관도 있지.

호새: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오산시 세마역에 KTX가 다니네요.
돈키: 그렇지. 사람의 평생에 걸친 일을 기계가 단숨에 해내는 세상, AI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지 않니? 오산은 예전엔 수원군 남부였다가 화성군에 편입되었고, 1989년에 시로 승격했어. 오산천이 시내를 가로지르고 전철역만 세 곳이나 있어 교통도 편리하고, LG와 각종 산업단지가 들어서며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란다.

호새: 맞아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이지만… 이렇게 세심대에 와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져요.
돈키: 그렇단다. 산성 둘레길을 천천히 걸어보렴. 마음이 어수선할 때 이곳에 오면 한결 맑아지고 착해진단다.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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