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소나타15>-화성호

  • 등록 2025.08.16 23: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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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불타는 가슴

 

연인의 불타는 가슴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호새야, 지명이란 게 참 묘하지 않냐? 미래를 여는 힘이기도 하고 말이지.
호새: 그러게요. 그런데 예전엔 ‘화옹호’라고 불렀다면서요?

돈키: 맞다. 화성의 ‘화’와 옹진의 ‘옹’을 합쳐서 화옹호라 했었지. 화성 땅인데 옹진 이름이 붙은 게 좀 이상했어. 지금은 ‘화성호’로 불리니 다행이지.
호새: 여기 꽤 크네요.

돈키: 우정읍 매향리에서 서신면 궁평리까지 물막이 공사로 만든 호수야. 17.3㎢, 드넓지? 시화호처럼 사람과 자연이 어떻게 어울려 살 수 있을까… 모두의 숙제였지.

호새: 여기도 ‘바다농장’이 있네요?
돈키: 그래. 호수 상단에 대형 토마토 생산시설이 있지. 지역 농협들이 힘을 합쳐 운영한다고 하더군. 요즘 농업이 6차 산업으로 바뀌고 있잖아? 생산부터 유통, 마케팅까지 전문성을 갖추면 화성 원예농업에 큰 전기가 될 거야.

호새: 저기 태양광 집광판도 있네요?
돈키: 응. 신재생에너지 교육장 같아. 돋보기로 종이를 태우던 어린 시절 놀이 기억나냐? 그 초점의 원리를 여기서 쓰는 거지. 옷을 태워서 할머니께 혼난 기억도 난다, 하하.

호새: 방조제가 참 길어요.
돈키: 직선으로 9.7km. 해류의 흐름까지 바꿔놓았을 거야. 방조제 밖으로 거대한 갯벌이 생기고 있지. 남양만 해안가 곳곳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해류가 바뀌면 플랑크톤이 줄고, 먹이사슬이 변해 어종까지 바뀐다더라. 산업화의 그림자지. 그래서 더 지혜가 필요해.

호새: 저기 봐요. 석양이 바다에 녹아드는 모습…
돈키: 그렇지? 서해 낙조는 끓는 태양을 바닷물에 담근 듯하고, 사랑하는 연인의 불타는 가슴 같기도 하지. 시조시인 이태극의 ‘서해낙조’가 생각나네. “어허, 저거 물이 끓는다, 구름이 마구 탄다… 검붉은 불덩이다…”

호새: 영화 ‘타이타닉’ 장면도 떠오르네요.
돈키: 맞아. 뱃머리에 선 디카프리오처럼, 머플러 휘날리며 방조제를 달려보는 거지. “어느 여름날, 화성호 방조제에서” — 그게 네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면 좋겠다.

호새: 오늘은 로드바이크 동호인들도 많네요.
돈키: 헬멧, 선글라스, 알록달록 유니폼, 단단한 허벅지… 젊음은 원래 불태우는 거래. 다시 오지 않는 세월이니 마음껏 달려야지. 세상 끝까지, 바람을 가르며 말이야.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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