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희와 철수 이야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어느 수필가의 수필집 출간에 보탬 글이다.
어릴적 귀에 익은 소꿉 동무 아이들 이름이다. 작가의 이름 탓일까? 정감이 어울려 주방을 시작으로 한 발 두 발이 장롱, 창가, 뜰, 장터로 뻗어나며 어린시절부터 중.장.노년에 이르도록 둥그런 나이테에 담긴 즐거움이 몽글몽글하다. 멈칫한 여린 글발이 어느 새 수년간 쌓여 사방이 탁트인 고개 마루에 올랐다. 그 환한 얼굴을 세상에 내민다니 축하받을 일이다.
작가의 다정한 오감이 자연에 닿아 제빛깔 제멋이 생생하다. 작가의 섬세한 필력 덕택에 유년 시절, 마을 앞 도랑에 고무신 뱃놀이도 서너번이요, 윤초시네 증손녀에 건네려 대추나무에도 몇번을 올랐다. 시골집 봉당에 햇살이 또아리 틀어 동짓날 입맛 돋울 무청도 바삭하다.
히스테리려나? 쨍그랑, 접시 깨지는 소리에 이따금 세상의 틈새를 비집어대 무디어진 감각이 깨어나 필자의 흐릿한 눈길도 바로 하게 되는 자경문을 만나기도 한다.
작가 내면의 말타래가 때론 겉저리로 때론 묵은지로 입맛을 돋우니 어찌 평하랴! 수수한 차림새의 우리네 맘인게다. 그래, 그렇지 무릅을 어루기도 한편으론 고개를 끄덕이니 말이다. 분주한 일상에 작가의 언론에 연재되는 글을 접하면 황구지천 산자락을 배경으로 시간속으로 여행을 떠나곤 한다.
작가의 마법으로 제맛 제멋을 지닌 문장으로 거창하지도 유치하지도 않게 인생뜰을 그렸다. 여성 눈길에 담아 특유의 글맵시로 사시사철과 지난 세월이 아롱아롱 돌아가 마치 거실에 앉아 다정한 한편의 흑백영화의 감상이겠다.
나른한 오후나절, 소꿉친구 철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영희야,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