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띄우는 편지360(4월 28일)

  • 등록 2025.04.28 17:21:13
크게보기

제 눈에 안경

 

제 눈에 안경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안경(眼鏡)은 “눈의 굴절 이상을 보정하여, 눈을 보호하거나 몸을 치장하는 기구이다”.

 

한때, 공부잘하는 스마트한 학생의 상징이었으며 점잖은 어른의 자태에도 한몫을 했다싶다. 그런 까만 안경에 대한 필자의 또렷한 기억들이다.

 

초등학교 봄소풍 때 물끄러미 바라보던 일이다. “아~아~잘 있거라 부산항구야 미스김도 잘있어요 미스리도 안녕히….또 다시 찾아오마 부산항구야”

빙 두른 중년 분들 가운데 들어서서 몸을 비틀며 노래부르던 키다리 아저씨가 쓴 까만 안경이 참 멋스럽다. 부산항구도 모르고 미스김 미스리에 혀 말음도 서툰 시절이라 꽤나 인상적이다. 그 시절엔 버스기사, 교통경찰관, 영화배우들이 걸친 까만 안경과 허리춤에 안경집도 제멋으로 한창이었다.

 

고교시절, 비 개인 나른한 오후 행랑채에 들면 비몽사몽간 책상머리에 들리던 말이다. 쑥갓, 시금치, 아욱을 다듬으며 나누던 아주머니들의 한담 중 한토막이다.

“신랑은 훤칠한데 색시가 인물이 빠진대”. “얼굴이 밥 먹여줘?, 다 ‘제 눈에 안경’이여. 애 잘 낳고, 위 아래 알고, 시부모 잘 모시면 됐지, 뭘 더 바래?”. 엊그제 같건만 반세기가 흘렀다.

 

때 아닌 때에 눈을 가린 까만 안경들이 나라를 휘집어대 난장판이다. ‘제 눈에 안경’이야 짝을 선택할 제맘이요, 유행따라 사는 제멋이니 누가 뭐라 할까? 까만 안경에 눈을 가려도 흐르는 흰구름은 제길을 가더라. 시대가 꼿꼿한 그대를 부르니 님이여, 두 팔 벌려 외치시라, 자유 대한을.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Copyright @2020 포에버뉴스 Corp. All rights reserved.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권선로 432, 2층 202호(평동)| 대표전화 : 010-2023-1676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경순 등록번호 : 경기, 아 52599 | 등록일 : 2020.07.09 | 발행인 : 김경순 | 편집인 : 홍순권 포에버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2020 포에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revernews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