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에버뉴스 이승훈 기자 ] 전북특별자치도는 화재위험이 높은 축사를 선별해 등급별로 집중 관리하고, 화재 통계와 문제점 분석을 토대로 실효성 있는 예방 대책을 본격 추진한다.
최근 5년간 축사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233건으로, 돈사 79건(34%), 우사 75건(32%), 계사 65건(28%)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재산 피해 규모는 돈사에서 126억 8천5백만 원(67%), 계사에서 54억 4천4백만 원(29%)이 발생해, 전체 피해액의 96%가 이들 두 시설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막대한 재산피해가 집중되는 돈사와 계사를 중심으로 한 선제적이고 선별적인 화재 예방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소방본부는 이를 위한 기초자료 확보를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도내 돈사·계사 1,962개소를 대상으로 화재위험도 전수조사를 실시해 위험등급을 분류했다.
▲ 전체의 85%가 C·D등급.. 고위험 축사 집중관리 본격화
이번 분류는 과거의 일괄적 점검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도 기반의 예방 체계로의 전환한 것이 핵심이다. 노후도, 건축 규모, 동 간 거리, 소방관서 접근성, 화재안전조사 점검 이력 5개 항목을 계량화해 A부터 D등급*으로 분류했으며, 그 결과 A등급 2개소, B등급 285개소, C등급 725개소, D등급 950개소로 나타났다.
실제, 2024년 돈사와 계사에서 발생한 21건 중 85%가 C·D등급에서 발생해 고위험 축사를 중심으로 한 집중 관리의 필요성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 등급 따라 다르게, 위험 따라 깊게... 현장조치 패러다임 전환
올해부터는 C·D등급 축사를 중심으로 화재안전조사, 현장방문행정, 순찰 및 훈련 등 주요 활동이 대폭 개편된다. 화재안전조사는 기존 5% 내외에서 20%로 확대하고, 필요 시 전기분야와 합동점검도 병행한다. 현장방문행정은 전 대상에서 D등급으로 조정돼 간부급이 연 1회 현장을 찾아 전기시설 개선 권고와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화재예방순찰과 현지적응훈련은 C·D등급으로 범위를 좁혀 운영되며, 특히 D등급 대형축사는 산불예방순찰과 연계해 집중 점검한다. 훈련은 연 1회 실시되며, 소방용수와 출동로 확인 등 실질적 대응 중심으로 운영된다.
▲ 방역 상황에도 끊김 없는 대응... ‘안심통화제’·도상훈련 가동
또한, 가축 질병 발생 시 현장 접근이 제한되는 상황을 고려하여,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및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위기 상황에 대비한 단계별 맞춤형 대응 기준을 마련했다.
위기 단계는 ‘관심–주의–심각’의 3단계로 구분되며, 각 단계에 따라 화재안전조사, 현장방문행정, 현지적응훈련, 화재예방순찰 등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운영한다.
화재안전조사는 ‘심각’ 단계에서도 완전히 중단하지 않고, 별도 계획에 따라 거점소독시설에서 소독을 받고 소독필증을 발급받은 후, ‘1일 1농가 방문’ 원칙으로 제한적으로 실시된다. 현장방문행정과 현지적응훈련은 ‘심각’ 단계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며, 관서장이 서한문을 발송하거나, 훈련을 도상훈련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는 직접 방문이 어렵더라도 축사 관계인과의 안전 소통을 유지하고, 현장 대응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고위험 축사에 대해서는 보직 간부가 직접 ‘안심통화제’를 통해 관계인에게 안전 메시지를 전달하고, 주요 구조물 및 소방용수 위치 등 현장 정보를 미리 숙지하도록 도상훈련을 통해 대응력을 강화한다.
▲ 축산 종사자 2,500명 대상… 실습형 화재안전교육 도입
그간 소방서 주도의 별도 교육으로 이뤄졌던 소방안전교육은 올해부터 축산 종사자 정기교육 시기에 맞춰 소방안전강사가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개선된다.
교육 내용은 배전반, 노후 전선 등 주요 화재 원인을 중심으로 자율점검 요령과 소공간용 소화용구 설치 등 실천 가능한 예방법 위주로 구성되며,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다국어 리플릿과 실습 중심의 교육을 통해 초기 대응 역량을 높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간 약 2,500명의 종사자가 교육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 도 축산과 5억 원 투입... 화재감지·시설보강 지원
이와 함께 B~D등급 축사를 대상으로 한 소방시설 보강 및 교체 지도도 강화된다. 건축허가 동의, 간담회, 현장방문 시 노후 소화기 교체, 소공간용 소화용구, 아크차단기 등 설치를 권고하고, 쥐 등에 의한 피해 우려가 있는 전선은 배관공사를 안내하는 등 안전관리 지도를 병행한다. 또한 불연성 보온재 사용과 동 간 이격거리 확보도 함께 안내한다.
아울러 도 축산과는 ‘2025년 축사시설 화재안전시스템 지원 사업’도 병행 추진한다. 돈사·계사 등 화재에 취약한 축사시설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하며, 축산업 허가·등록 농가를 대상으로 개소당 최대 400만 원 한도로 감지설비 및 아크차단기 설치 등을 지원한다. 총 사업비는 5억 원 규모로, 균이(국비)·시군비·자부담이 함께 편성돼 추진된다.
▲ 전국 최초 축사시설 화재안전조례 ’25년 하반기 제정 예정
전북특별자치도는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전북특별자치도 축사시설 화재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를 오는 2025년 하반기 제정할 계획이다.
조례안에는 도지사의 책무, 화재예방계획 수립, 안전시설 지원, 종사자 교육 등 예방행정 전반에 대한 사항이 담길 예정이다.
▲ 이격거리 기준 건의… 실제 화재로 입증된 ‘5m의 힘’
이 외에도 소방본부는 축사 구조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 축산과와 협업하여 축산법 시행령 개정을 중앙부처에 건의했다. 주요 건의 내용은 ‘동간 5m 이상 이격 설치 또는 2m 이상의 방화담 설치’로, 이는 화재 시 연소 확대를 방지하고 축사 신축 단계에서부터 예방 설계를 유도하기 위한 구조적 기준이다.
이번 건의는 실제 화재 사례를 통해 그 필요성이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2월, 군산시 회현면의 한 돈사에서 발생한 화재는 건물 간 이격 거리가 1m 이내로 매우 가까워 불이 인접 동으로 번지는 피해가 발생한 반면, 3월 완주군 소양면에서 발생한 또 다른 돈사 화재의 경우에는 건물 간 거리가 5m 이상으로 확보되어 있었고, 이로 인해 화재가 다른 동으로 확산 되지 않았다.
이오숙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장은 “축사는 구조적·환경적으로 화재에 취약한 시설인 만큼, 위험도를 정확히 진단하고 등급별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대책은 단순한 점검을 넘어, 위험도 기반의 대응체계와 유관기관 협업을 통해 도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예방행정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