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 종이비행기
시인 우호태
기원전 2500년경 나일강가에서 자라던 파피루스(Papyrus)가 연원이거나 서기 105년 후한시대 채륜(菜倫)이 발명한 것으로 알려진 "식물성 섬유를 원료로 글을 쓰거나 서화를 인쇄할 수 있게 만든 얇은 물건"이 '종이'란다.
그 종이와 참으로 오랜만의 해후이겠다. 종이 딱지치기 놀이에 정신이 팔려 야단맞거나 개울가에 종이배 띄우느라 쪼그려 앉아 물장난 치고 종이비행기 쫓아 집마당을 내닫던 어린시절이 반세기를 훌쩍하고도 강산이 반쯤 변할 햇수에 이르렀다.
종이에 대한 호기심이 전주, 원주 등 이곳 저곳으로 발길이 이어져 마침내 종이접기 책자를 펼쳐보게 된 탓일까? 아니, 파란 하늘에 종이비행기를 날리던 그 동심이려나? 종비행기를 소재로 한 "내 꿈을 찾아서" 영화제작에 꼬박 2박 3일 동안 작품의 배경인 제부도 바닷가를 시작으로 논, 밭, 교실, 운동장 등을 분주하게 오갔다.
"종이비행기 하면 무슨 생각이 나죠?" 선생님 물음에 "기분이 붕붕 날라요". 직접 출연한 중학생의 말처럼 촬영을 끝내니 정말로 기분이 붕붕이다. 한낮의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학생들, 선생님들, 촬영팀, 지원팀이 어울렸으니 말이다. 유난히 파란 하늘에 붕붕 나는 드론이 꿈꾸는 아이들의 환한 얼굴을 열심히 담아 낸다. 절정으로 학생들 저마다의 꿈이 실린 오색 종이비행기들이 중학교 운동장 하늘에 그득히 날았다. "이렇게 좋은 날"에 누군들 어찌 어린아이가 되지 않으랴!
"내가 만든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멀리 멀리 날아라 우리 비행기"